공정위, 다나허에 "독과점 우려 8개 사업 부문 매각하라"
바이오 제품 공정 시장 기업결합 관련 최초의 시정조치
꼼꼼한 시장 획정·점유율 판단, 국내 산업 보호 명시 '눈길'

 

국내 배달 앱 시장 99.9%를 차지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 배달통)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가 두 미국 기업의 결합에 대해 8개 부문 사업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결정했다. 공정위가 각 제품의 세부 시장별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고, 국내 산업 보호를 판단 근거로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서는 낭보라기보다는 비보에 가깝다.

공정위는 다나허 코퍼레이션(Danaher Corporation, 이하 다나허)의 제너럴 일렉트릭 컴퍼니(General Electric Company, 이하 GE) 바이오파마(BioPharma) 사업 부문 양수 건을 심사한 결과, 이같이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공정위 측은 "이번 시정조치는 바이오 공정 제품 시장의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 사례"라고 강조했다.

다나허와 GE는 바이오 공정 전반에 걸쳐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글로벌 사업자다. GE는 지난해 2월 다나허에 GE 바이오파마 사업 부문을 약 25조 원(214억 달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GE의 바이오파마 사업 부문은 2018년 약 3조5600억 원(30억 달러)의 매출을 냈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나허와 GE의 결합으로 8개 바이오 공정 제품 시장의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제공]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에서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면서 두 회사가 직접 경쟁하고 있는 32개 바이오 공정 제품 시장 각각을 상품 시장으로 획정했다.

'바이오 공정 제품'이라는 큰 틀에서의 시장이 아닌 마이크로캐리어, 일회용 LPLC 스키드, 친화성 레진 등 세부 시장별로 두 회사가 합병했을 경우 점유율을 계산했다. 이 결과 2위 회사와의 점유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8개 시장에 대해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해당 8개 사업 운영과 관련된 양사 중 한 곳의 자산 일체를 기업결합이 완료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매각하도록 했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은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배달 앱 시장이 아닌 전체 주문 배달 시장, 통신판매중개업 등으로 시장이 넓게 획정되길 바라고 있다. 이 경우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독과점 수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의 판단을 보면 전체 시장을 넓게 획정하더라도 각 세부 시장의 독과점 여부를 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의 기업 결합을 합병 후 독과점에도 불구 2022년까지 가격 인상 제한 등의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처럼 딜리버리히어로-우아한형제들도 수수료 인상 제한 등의 조건부로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 국내에서 배달 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2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접수했다. [UPI뉴스 자료사진]

 


공정위가 국내 산업의 보호 필요성을 언급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정위 측은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이 있으나 바이오 공정 제품 국산화율은 아직 낮은 상황"이라며 "바이오 산업의 육성을 위해 글로벌 바이오 공정 제품 시장의 혁신 경쟁 보호는 필수적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의 기업결합 승인의 경우에도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가 국내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가 마무리되면 외국계 회사가 국내 배달 앱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우아한형제들은 주요 경영진들이 지분 교환을 통해 딜리버리히어로 주식을 취득하고, 합작회사를 싱가포르에 설립해 국내 배달 앱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심사를 언제 마칠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30일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 신고서를 접수했다. 심사기간은 최대 120일을 초과할 수 있다. 다나허와 GE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는 지난해 5월 신고서 제출 후 약 9개월 만에 나왔다.

U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upinews.kr